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실장과 협의를 하고 돌아온 위 안보실장은 이날 귀국 직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동맹 관계 강화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가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위 실장은 “양측이 현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고 이걸 조정하더라도 동맹 관계 발전과 신뢰 강화라는 큰 틀에서 타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좋겠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마침 그 시점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14개국에 대해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하는 서한을 공개했기 때문에 앞으로 통상 관련 협의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진지한 논의도 함께 했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루비오 장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이 관세·비관세 장벽을 중심으로 작성된 걸로 보이는데 우리가 그동안 제기한 사항들은 통상이나 투자, 구매, 안보 관련 전반에 망라돼 있기 때문에 이러한 패키지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협의를 진전시키자고 했다”고 했고, 루비오 장관도 이에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위 실장은 “(미국과의) 통상 협상이 그동안 꽤 진행이 돼왔고 의제는 다 식별이 돼 있다”며 “의제별로 서로의 입장 조정이 진행 중이고, 여러 가능성에 다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서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까지 포함된 국방비에 대한 논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서도 있었고, 인도·태평양 지역 나라에서도 유사하게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루비오 장관과) SMA 자체에 대한 논의는 따로 없었다”고 했다. 그는 “SMA 말고 국방비 전체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흐름에 따라 조금 늘려가는 쪽으로 협의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은 조속한 개최에 노력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구체적인 회담 일정에 근접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위 실장은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회담을 함으로써 상호호혜적인 합의를 만드는 과정을 촉진해보자”고 했고, 루비오 장관도 이에 “공감을 표했다”고 한다.
위 실장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지난달 나토 정상회의 때 만났던 앨리슨 후커 미 국무부 차관을 비롯한 실무진과도 만나 양국 관계와 한반도와 역내, 글로벌 이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언젠가 읽은 우화다. 수사자와 암소는 뜨거운 사랑에 빠졌고 둘은 한 가정을 이루었다. 수사자는 아내를 너무나 사랑했기에 매일 사냥을 해서 신선한 고기를 대접했다. 암소는 싫었지만 남편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꾸역꾸역 고기를 먹었다. 암소는 날마다 남편을 위해 신선한 건초를 준비해 대접했다. 사자는 건초를 먹는 게 고역이었지만 끝까지 내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참을성은 곧 바닥을 드러냈고 서로 헤어지기로 했다. 그때 그들이 서로에게 한 말은 “나는 최선을 다했어”였다. ‘최선을 다했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문제는 그 최선이 어리석은 최선이었다는 사실이다. 에리히 프롬은 진정한 사랑은 ‘지식’을 내포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지식은 특정한 정보를 뜻하지 않는다. 사랑에 내포된 지식은 자기 욕구를 상대에게 투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을 가리킨다. 그의 고통, 슬픔, 기쁨, 불안, 내밀한 상처를 알아채고 그것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 말이다.
어긋나는 말들이 세상을 횡행하고 있다.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어야 하는 언어가 오히려 사람들을 갈라놓는다. 동일한 단어를 사용한다고 하여 모두가 동일한 현실이나 사태를 떠올리지 않는다. 언어는 사용하는 사람의 경험을 반영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어휘에는 우리 삶의 경험이 스며들어 있다. 그렇기에 언어는 언제나 오해 혹은 오독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소통이 원활할 때 우리는 ‘말이 잘 통한다’며 기꺼워하고, 소통이 막힐 때는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다’며 상대를 탓한다. 문제는 늘 타자에게 있다고 느낀다. 다른 이들의 말을 사정없이 조롱하거나 비판하는 이들이 많아서 세상이 시끄럽다.
‘나는 최선을 다했어’라는 진술은 자신의 실패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일 때가 많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게으른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다. ‘확신’이라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주는 닻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우리의 사고 지평을 제한하는 덫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정상적’이라는 말은 다름을 배제하기 위해 사용될 때가 많다. 사회의 통념에서 벗어난 사고를 하는 이들은 일쑤 ‘비정상’으로 낙인찍힌다. 미셸 푸코는 정상성이란 다른 이들을 통제하고 규율하기 위해 권력이 만들어낸 기준이라고 말한다. 정상성이라는 담론 자체가 억압의 도구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언어의 어긋남도 사회가 부여한 질서와의 마찰에서 비롯된 언어의 운명일까?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나오는 ‘이해하지 못한 단어들’ 장은 연인인 프란츠와 사비나가 사용하는 말의 어긋남을 몇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프란츠에게 삶의 핵심 가치는 ‘충실’이다. 그는 우리 삶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것이 충실이라고 여긴다. 사비나에게 충실은 일종의 억압이다. 사비나를 들뜨게 하는 단어는 배반이다. 배반은 대열에서 이탈해 미지를 향해 떠나는 모험이기 때문이다. 프란츠에게 음악은 해방이다. 고독과 한적함과 책먼지로부터 벗어나게 해주기 때문이다. 사비나는 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음악으로 위장된 소음에 시달렸던 기억 때문이다. 확성기를 통해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노래는 소음에 불과하다.
이 둘 사이의 차이를 만든 것은 무엇일까? 살아온 내력이다. 프란츠는 자유로운 세계에서 살았고, 사비나는 전체주의적 광기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살았던 것이다.
어긋남은 어쩔 수 없는 언어의 한계인가? 그렇지 않다. 둘 사이의 간극을 확인한 후에 등을 돌리고 마는 것은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게으른 태도이다. 각자가 사용하는 언어의 배후에 있는 삶의 결, 감정의 무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의 자리에 서보려는 노력이야말로 인간다운 태도이다. 정진규 시인은 옹알이하는 아기를 바라보며 옹알이는 ‘의미도 무의미도 다 통한다’고 노래했다. 명료한 언어로 분절되지 않은 옹알이가 다 통할 수 있는 것은 아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사랑의 자발성 때문이다. 말의 어긋남을 관계 단절의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는 여백이 필요하다.
대기업 10곳 중 4곳은 올해 하반기 수출로 벌어들이는 이익이 작년 동기와 비교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11일 시장조사 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10대 수출 주력 업종의 매출액 1000대 기업(150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2025년 하반기 수출 전망 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의 38.7%는 작년 동기 대비 수출 채산성(수출로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의 수준)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 채산성이 개선되리라는 응답은 14%였으며, 47.3%는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할 것이라고 봤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자동차 부품(66.7%), 자동차(53.8%), 일반기계(50%), 석유화학(44%), 철강(40.6%) 등 7개 업종에서 ‘채산성 악화’ 응답 비중이 ‘개선’보다 높았다. 전자부품은 개선·악화 전망 비율이 각 25%로 같았고 반도체(10%), 선박(25%) 2개 업종만 ‘개선’ 응답 비중이 더 높았다.
채산성 악화 원인으로는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 증가(44.8%), 수출 경쟁 심화로 인한 수출단가 인하(34.5%), 인건비 등 운영비용 증가(13.8%) 등을 꼽았다.
수출기업의 과반(53.3%)은 하반기 최대 수출 리스크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을 지목했다. 이어 글로벌 저성장에 따른 수요 침체(14%), 미국·중국 통상 갈등 심화(12.7%) 등을 들었다.
응답 기업의 92%는 미국의 관세 인상률이 15%가 넘을 경우 감내하기 힘들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율 인상 대응 방안으로 원가절감(33.7%), 수출단가 조정(33.2%), 해외 현지생산 확대(14.7%) 등을 꼽았다. 특별한 대응 방안이 없다는 응답도 14.2%가 나왔다.
올해 하반기 국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1.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자부품(1.3%), 바이오헬스(1.6%) 등 4개 업종은 하반기 수출이 증가하고 철강(-5%), 선박(-2.5%) 등 6개 업종은 하반기 수출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들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통상협정을 통한 관세 부담 완화(37%), 법인세 감세·투자 공제 등 세제지원 확대(18.7%), 신규 수출시장 발굴 지원(12.6%)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코스피지수가 9일 상법이 추가로 개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연고점을 또 경신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8.79포인트(0.60%) 오른 3133.74에 거래를 마감하면서 사흘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3일 기록한 종가 기준 연고점(3116.27)을 또 갈아치웠다. 이날 종가는 2021년 9월17일(3140.51) 이후 3년10개월 만의 최고치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3137.17까지 오름폭을 키워 장중 기준 연고점도 경신했다.
코스피지수 상승은 개인이 이끌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430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에 반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273억원, 581억원 순매도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리, 의약품에 대해서도 관세 위협을 이어가면서 미국 증시는 혼조세였지만 국내 증시는 관세 협상 낙관론이 아직까지 우세하다”고 말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추진 기대감에 코스피 강세 흐름이 연장됐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소속인 김남근 의원이 이날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자 부국증권(29.90%), 신영증권(17.18%), 대신증권(11.03%), 미래에셋증권(6.76%) 등 자사주 비중이 높은 증권주들이 급등했다.
정부의 방위산업 육성 행보와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이 실적 개선 기대로 이어지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4.29%), LIG넥스원(8.59%), 현대로템(6.13%) 등 방산주도 강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리에 관세 50%를 물리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 구리 가격이 급등하자 대창(4.18%), 서원(2.83%), 대한전선(2.10%) 등 구리 관련주도 일제히 올랐다. 반면 전날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1.63%)는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6.12포인트(0.78%) 오른 790.36에 장을 마쳤다.
7월, 40도를 기록한 반도는 안녕하지 못하다. 최대 전력 수요는 기록을 경신 중이고, 열기를 정면으로 대면한 노동은 끝내 생명을 앗아갔다. 가장 약하고 낮은 자리는 어김없이 위태로운 시절이다. 악화가 악화를 강화하는 일상이 계속된다. 그런데 이 위기의 폭염에도 길바닥과 강변에서 태연한 이들이 있다. 세종보의 금강변에서, 전북환경청과 용산 대통령실 앞 길바닥에서 농성의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일상을 버린 일탈이 어느새 일상이 된 그야말로 농성장의 태연한 일상이다.
작년 4월부터 시작된 세종보 인근 금강변 천막농성의 요구는 간단하다. 강을 흐르게 하자는 것, ‘육지의 낮은 곳을 흐르며 바다로 들어가는 비교적 큰 물줄기’라는 ‘강’의 사전적 의미에 걸맞게 막혔던 금강을 흐르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세종보로 물길을 막겠다는 몰상식의 계획(세종보 재가동)은 철회되지 않았다. 수문을 열어 물 흐름을 복원한 금강의 수질과 생태가 회복됐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 증명했지만, 4대강 사업의 악령은 여전히 정쟁으로 숨을 이어간다.
전북환경청 앞에서도 마찬가지다. 5차 공항개발계획에서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에 포함된 새만금공항은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인근 무안공항과 연계한 화물 수요 예측과 환경성 분석 등의 부실함을 넘어, 새만금 상서 쪽에 있는 광활한 염습지와 철새 서식지 파괴는 불 보듯 뻔하다. 수라갯벌과 만경수역의 마지막 갯벌을 짓밟는 생태학살을 앞둔 새만금공항 건설은 당장 취소되어야 한다. 연간 예산 소요를 고려하면 경제적으로도 이득일 수 없다는 게 최소한의 합리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도 갯벌 생물 다양성 훼손과 조류충돌 위험을 지적하며 사업 백지화를 촉구한 바 있다. 2022년 2월에 시작된 천막농성은 지난 3월부터 전북환경청 앞으로 옮겨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도 가덕도 신공항 반대를 외치며 농성 중인 이들이 있다. 2023년 1월, 부산시청 앞에서 시작된 부산 사람들의 농성은 기어이 서울까지 이어졌다. 경제성으론 기존 김해공항 확장이 더 유리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부산 엑스포 유치 목표를 기점으로 가덕도 신공항은 지역균형발전의 상징으로 호명됐다. 그러곤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고, 촉박한 공사 기간과 기술적인 난제로 시공사였던 현대건설은 공사 참여를 철회했다. 태풍과 폭우의 직격이 예상되는 지리적 요건, 지반침하라는 고질적인 위험성 등은 가덕도 신공항이 안 된다는 이유 중 극히 일부다.
물론 이들만이 아니다. 자연의 편에서, 노동자의 편에서, 인권의 편에서, 상식의 편에서 절규하는 길 위의 사람들은 무수하다. 하기야 세상일이 어디 상식과 합리만으로 통했던 적이 있었던가. 누구에게 이득이고 또 누구에게 기회이고 하는 문제로 수렴되고 그걸로 결론지어지는 것이 다반사다.
그래도 틀린 것은 틀린 것이고,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광장을 지켰던 것 아닌가. 금강의 임도훈, 새만금의 김지은, 가덕도의 김현욱이 원래의 태연했던 일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농성장의 일상은 이제 끝나야 한다. 그렇다면 이들의 외침에 누군가는 답을 해야 할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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