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이날 오전 9시쯤 동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 주민 6명을 태운 목선 1척을 북한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해군·해경이 북한 목선을 NLL 근처까지 이동시켰고, 이후 목선은 오전 8시56분에 NLL을 넘어 북측으로 운항했다. 해당 목선은 9시24분에 NLL 북측에서 대기하고 있던 예인용으로 추정되는 어선 1척을 만나 함께 이동했다. 인근에는 북한 경비정 1척이 있었다. 2017년·2019년 등 과거 해상으로 북한 주민을 송환했을 때도 북한 경비정이 나와 있었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앞서 군경은 지난 5월27일 동해에서 표류하던 북한 선박 1척에 탑승한 주민 4명을, 지난 3월7일 서해에서 표류하던 북한 선박 1척에 탄 주민 2명을 각각 구조한 바 있다. 이날 귀북한 목선은 동해에서 구조된 길이 11m 크기다. 서해에서 구조된 목선은 수리가 불가능해 운항을 포기했다.
통일부는 지난주와 이번주 두 차례에 걸쳐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동해로 북한 주민들을 돌려보낼 것이라고 북측에 통보했다. 송환하는 좌표와 시점도 알렸다. 북측은 해당 메시지를 들었지만 ‘동의한다’ 등 구체적인 응답은 하지 않았다.
이번 송환은 동해와 서해에서 각각 구조된 지 43일과 124일 만에 이뤄졌다. 북한 주민들은 하루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이들은 모두 어민으로, 30~40대 남성이다. 아내와 자녀들이 북한에 있다. 통일부는 송환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북측이 그간 송환에 대해 응답하지 않았고, 목선의 수리 기간 등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번 송환이 남북 간 긴장 완화와 대화 채널 복원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표방한 이재명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엄청난 국가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그 위기는, 기존의 적성국이나 경쟁국이 아니라 대한민국 생존의 근간이라 생각했던 동맹국 미국으로부터 오고 있다. 트럼프는 예측 불가능성을 특징으로 하는 ‘미치광이 전략’을 통해 미국의 국익을 최대한 증진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치 현실주의 해법인 우적(友敵) 관계와 동맹 여부가 기준이 아니다. 미국은 안보우산 철회와 막대한 소비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무기로 세계 모든 국가에 미국에 봉사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미국에 대한 의존성을 바탕으로 국가 정책을 추진해온 동맹국들에 더 큰 타격을 안겨주었다.
가장 친미적인 국가 이미지를 간직해온 일본도 예외 없이 관세폭탄을 맞았다. 미국의 안보우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서유럽 국가들 역시 지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으로 증액하도록 압박을 받았다. 미국 자유주의 패권 세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관세와 지정학 게임에 직면한 동맹들은 아직 미국을 대체할 만한 대안이나 새 대책을 찾지 못했다. 각국은 예외 없이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처해 있다. 더 강력한 관세폭탄을 맞기 전에 누가 먼저 미국의 요구를 어느 선에서 수용하느냐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기존과 전혀 다른 미국에 직면
한국처럼 미국에 호의적인 나라는 지구상에 드물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미국에 대한 호감도는 80%를 넘기고 있다. 미국을 아름다운 나라라 부르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미국 패권의 정치경제적 보호막 속에서 한국은 산업화, 민주화, 정보기술(IT) 혁명에 대성공을 거두었다. 더구나 세계 어느 나라보다 위협적인 규모와 역량을 지닌 중국이 가장 가까이 있다. 역사적으로 한민족은 중국과 수많은 대규모의 전쟁을 치렀다. 생존한 소수의 민족 중 하나지만 존재적 위협에 항상 노출돼 있다. 이러한 조건들로 인해 한국은 외길외교, 외길안보, 외길경제 모델에 심취해 있었다. 트럼프의 요구를 선제적으로 수용할 것을 제안하거나 어떠한 요구를 한다고 해도 수용하라 압박할 무리들이 아직도 존재하는 연유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기존의 미국과는 전혀 다른 미국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인식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미국은 자신이 과거 구축해놓은 규범과 국제질서는 더 이상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얼마간의 칭찬과 예우를 받을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외교안보·경제의 근간이 무너질 판이다. 경제-안보 ‘원스톱 쇼핑’을 공언하는 트럼프 정부는 국내 산업 공동화, 대량실업을 야기할 막대한 규모의 대미투자와 관세를 요구하고 있다. 주한미군 분담금을 기존의 10배까지 올리라고 한다. 국방비 지출은 현 2.5% 선에서 5% 선까지 인상하라 압박할 것이다. 주한미군은 물론이고 한국군까지 대중국 억제 전략에 활용하려 하고 있다. 동맹의 비용을 초과할 태세다. 국민의 생존권, 산업기반, 기술자립, 국가안보 모두가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대한민국이 국가로서 지니는 태생적인 취약성인 ‘끼인 국가, 분단국가, 자원빈곤국, 중소국’의 비극이 전면에 부각된다.
한국은 한·미 동맹과 경제성장의 신화에 아직도 심취한 채, 새로운 세력 전이의 추세에 대비하거나 자신의 취약성을 보강하는 데 소홀하다. 다행히도 이재명 정부가 국익에 기반한 실용주의 외교를 표방한 것은 적어도 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적절한 대응책이다. 환경에 변동이 생기면 외교 전략도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기존의 이념·가치 중심 외교에서 아직 가본 적이 없는 제3의 길을 택한 것이다.
이재명표 실용주의 외교는 첫 단추를 무난하게 끼웠다. 취임하자마자 주요 7개국(G7) 회의에 참석해 세계 경제의 주요 정상들을 두루 만났다. 나토 정상회의에는 대통령 직접 참여 대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파견했다. 이 회의는 군사·안보적인 성격으로, 러시아나 중국에 대한 적대적인 공동성명을 발표해 이재명 실용주의 외교의 상상력과 유연성을 발목 잡을 수도 있었다.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5% 국방비 인상과 같은 집단적인 압박을 받을 수도 있었다. 참여해도 어려운 처지이고, 참여하지 않으면 미국과 서방으로부터 고립된다는 비판에 직면할 사안이었다. 제3의 길을 택한 것은 선견지명이었다. 조율하지는 않았지만 일본과 호주가 연이어 불참을 선언해 이들 국가 역시 우리와 동병상련의 상황임을 보여주었다.
이념·동맹에만 한국 명운 못 걸어
이재명표 외교의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이고, 향후 첩첩산중이다. 당장은 9월 중국에서 개최되는 2차 대전 전승절 행사의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이 참석하기를 희망하는 한국으로서는 시험 무대가 된다. 미국과 정상회담을 먼저 치르고,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현재로서는 조기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할지 알 수 없다. 차선은 우리와 유사한 처지에 놓인 일본 이시바 총리와 정상회담을 우선 진행해 친중의 비난을 불식하는 것이다. 올해 일본에서 열릴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도 보완적 방법이다. 한국 외교가,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명자 때 언급한 바 있는 “지역적·전략적 안정성”을 잘 추진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해 보인다. 기존의 한국 외교가 가지지 못했던 전략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절묘한 좌표로 보인다.
미국의 성격과 위상이 변하고 역내 세력균형이 변하는 상황에서 민족주의, 이념, 동맹에만 한국의 명운을 걸 수는 없다. 한·미 동맹이 여전히 한국 대외 정책의 핵심축이 되어야겠지만, 성공한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새롭고 유연한 외교 전략과 정책들을 구사해야 한다. 국민의 동의와 단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독사와 사자들이 우글거리는 정글로 들어선 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국가의 잠재적 역량을 최대화하고, 외부로부터 오는 압박을 버틸 수 있게 해준다. 인사(人事)는 모든 처방의 시작이다. 이재명 정부는 소아(小我)를 넘어서서 국내 최고의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기를 기대한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0일 “폭염은 기상의 문제를 넘어 사회재난이 됐다”며 “특히 야외에서 일하는 분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은 국가의 과제”라고 밝혔다. 김 총리는 “정치의 한자가 ‘다스릴 정’(政)자가 아니라 초코파이에 적힌 ‘뜻 정’(情)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새 정부 들어 첫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팍팍해져 있는 국민의 삶에 이제 막 회복이 시작되었는데 여전히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총리는 “7월 초에 40도가 넘는 등 극한의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며 “(폭염이) 사회적인 계층으로 (구분)돼 각자를 위협하는 (일을) 막는 것이 국가의 일”이라고 말헀다.
그는 지난 7일 경북 구미 건설현장에서 20대 외국인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을 언급하며 “산업안전보건규칙을 개정하기 전이라도 ‘2시간 노동하면 20분 휴식하는 원칙’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게 산업계와 소통하고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체감물가와 관련한 범부처 총력 대응도 주문했다. 김 총리는 “폭염과 관련한 농산물 부분에서 사전수매계약 등으로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고 국제 석유시장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서민 주거 안정 대책을 두고는 최근 시행된 대출규제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주거급여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0·30대 청년층의 전세사기 피해도 계속 유념해서 확인”하자고 덧붙였다.
김 총리는 회의 참석자들에 “물가 대책, 재난 대책, 주거 대책에 있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역지사지 (자세로 임하자)”고 말했다.
김 총리는 ‘다스릴 정(政)’자에 ‘다스릴 치(治)’자를 쓰는 정치의 한자를 언급하면서 “행정의 ‘정’자도 초코파이 ‘정’자를 쓰면 좋다. 결국 정치나 행정도 역지사지”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재명 정부는 그런 방식으로 앞으로 행정을 하고 재난에 대비할 것”이라며 “‘결국은 국민이 합니다’라는 철학으로 국정 책임을 위임받은 이재명 정부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국정을 해나갈 자세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 올라오는 자료에 초코파이의 정이 담긴 실제 대책이 준비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총리는 이날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천주교수원교구청을 찾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주교 등을 만났다. 김 총리는 이 자리에서 “종교가 정치를 잇는 정부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탈북민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를 위해 같이 할 것을 찾자”고 말했다.
고교생 3명이 숨진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범죄 혐의점 없다고 보고 수사를 종결하기로 했다.
10일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숨진 학생 3명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마쳤으며 통화 내용과 문자·카카오톡 등 메신저 내용 전반을 들여다봤으나 학생들의 죽음과 연계할 만한 범죄 혐의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일부 학부모들이 제기한 강사와 관련한 부분에서도 특별한 내용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학생들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정황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본 뒤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부산시교육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교 운영 전반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달 25일부터 특별감사를 진행 중이다. 교육청은 15명으로 구성된 감사반을 투입해 해당 학교법인 산하 학교를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오전 1시 39분쯤 고교생 3명이 부산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7월, 40도를 기록한 반도는 안녕하지 못하다. 최대 전력 수요는 기록을 경신 중이고, 열기를 정면으로 대면한 노동은 끝내 생명을 앗아갔다. 가장 약하고 낮은 자리는 어김없이 위태로운 시절이다. 악화가 악화를 강화하는 일상이 계속된다. 그런데 이 위기의 폭염에도 길바닥과 강변에서 태연한 이들이 있다. 세종보의 금강변에서, 전북환경청과 용산 대통령실 앞 길바닥에서 농성의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일상을 버린 일탈이 어느새 일상이 된 그야말로 농성장의 태연한 일상이다.
작년 4월부터 시작된 세종보 인근 금강변 천막농성의 요구는 간단하다. 강을 흐르게 하자는 것, ‘육지의 낮은 곳을 흐르며 바다로 들어가는 비교적 큰 물줄기’라는 ‘강’의 사전적 의미에 걸맞게 막혔던 금강을 흐르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세종보로 물길을 막겠다는 몰상식의 계획(세종보 재가동)은 철회되지 않았다. 수문을 열어 물 흐름을 복원한 금강의 수질과 생태가 회복됐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 증명했지만, 4대강 사업의 악령은 여전히 정쟁으로 숨을 이어간다.
전북환경청 앞에서도 마찬가지다. 5차 공항개발계획에서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에 포함된 새만금공항은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인근 무안공항과 연계한 화물 수요 예측과 환경성 분석 등의 부실함을 넘어, 새만금 상서 쪽에 있는 광활한 염습지와 철새 서식지 파괴는 불 보듯 뻔하다. 수라갯벌과 만경수역의 마지막 갯벌을 짓밟는 생태학살을 앞둔 새만금공항 건설은 당장 취소되어야 한다. 연간 예산 소요를 고려하면 경제적으로도 이득일 수 없다는 게 최소한의 합리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도 갯벌 생물 다양성 훼손과 조류충돌 위험을 지적하며 사업 백지화를 촉구한 바 있다. 2022년 2월에 시작된 천막농성은 지난 3월부터 전북환경청 앞으로 옮겨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도 가덕도 신공항 반대를 외치며 농성 중인 이들이 있다. 2023년 1월, 부산시청 앞에서 시작된 부산 사람들의 농성은 기어이 서울까지 이어졌다. 경제성으론 기존 김해공항 확장이 더 유리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부산 엑스포 유치 목표를 기점으로 가덕도 신공항은 지역균형발전의 상징으로 호명됐다. 그러곤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고, 촉박한 공사 기간과 기술적인 난제로 시공사였던 현대건설은 공사 참여를 철회했다. 태풍과 폭우의 직격이 예상되는 지리적 요건, 지반침하라는 고질적인 위험성 등은 가덕도 신공항이 안 된다는 이유 중 극히 일부다.
물론 이들만이 아니다. 자연의 편에서, 노동자의 편에서, 인권의 편에서, 상식의 편에서 절규하는 길 위의 사람들은 무수하다. 하기야 세상일이 어디 상식과 합리만으로 통했던 적이 있었던가. 누구에게 이득이고 또 누구에게 기회이고 하는 문제로 수렴되고 그걸로 결론지어지는 것이 다반사다.
그래도 틀린 것은 틀린 것이고,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광장을 지켰던 것 아닌가. 금강의 임도훈, 새만금의 김지은, 가덕도의 김현욱이 원래의 태연했던 일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농성장의 일상은 이제 끝나야 한다. 그렇다면 이들의 외침에 누군가는 답을 해야 할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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